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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상사】/▷ 자유로운글

겨울바다 그리고 추억만들기 가족여행

겨울바다 그리고 추억만들기 가족여행

 

 

예전에 청소년심리학 수업을 받았을 때 교수님께서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유지하기 어렵고

힘든 관계가 가족관계라는 말씀을 들은 기억이 종종 납니다.

남이라는 관계는 싫으면 안보고 살면 그만이지만

가족이란 관계는 미워도 좋아도 평생을 함께 해야하는 관계이고,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단히도 참고 부단히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수업내용을 들으면서

맞다 맞다 정말로 맞는 말이구나 하고 공감을 했습니다.

 

 

사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한 가정을 꾸려가면서 반평생을 살아가다보니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었고, 때로는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도 참기 어려운 분노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지나고나서 다시 그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그리 못견딜 일들은 아니였건만

믿고 의지하는 가족인지라 실망도 더 크고, 표출되는 분노도 더 강했던건 아닌지 싶네요.

 

 

비단 가족관계로 받는 스트레스는 부부만의 일은 아니고, 물고 빨면서 정성껏 키운

자식에게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있지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아이들.

부모인 나의 존재를 무시하고 제 고집대로 하고야 마는 욕심쟁이들.

 

어쩌면 그 욕심쟁이 내 아이의 모습은 내 어렸을 적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준 만큼 받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놓치도 버리지도 못하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야하는 관계가 바로 자식 그리고 가족입니다.

아이들의 학업이 끝나가는 지점에 놓인 우리 부부로서는 이제 아이들의 씩씩한 홀로서기를 기원하면서

사회초년생의 출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음같아서야 이 시점에서 아이들과 멋진 해외여행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멀리는 못가고 지난 구정연휴에는 가볍게 동해안으로 겨울바다를 보러 떠났습니다.

 

 

 

겨울바다를 보러간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안동을 거쳐 낙동강을 지나갔습니다.

낙동강에서 잠시 강를 바라보면서 지나가는 꼬마아가씨에게 부탁을 해서 사진을 찍었네요.

얼마만에 네식구가 찍는 사진인지 모르겠습니다.

 

 

 

대게와 붉은대게 축제가 열린다는 울진으로 갔습니다.

연휴가 유난히도 길어서인지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이 모였습니다.

그러나 식당의 수족관에 있는 대게 말고는 특별히 구경할 것이 없는 축제입니다.

 

 

 

울진쪽으로 여행을 간다는 말을 들은 아들친구들이 울진에는 대게빵이 유명하다면서

여행선물로 대게빵을 사오라고 했다는데 대게빵집 앞의 대기고객들의 수가 엄청납니다.

어림짐작으로 한 시간은 더 기다린 듯하네요.

대게빵에 대게살을 넣고 넉넉하게 팥앙금과 호두를 넣은 빵이 맛은 그런대로 좋았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대게산지에 오면 저렴한 가격으로 대게찜을 실컷 먹을줄 알았는데

대게찜의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 3마리를 쪄달라고 부탁했는데 20만원이라고 하네요.

 

 

 

갈매기가 무심히 날아다니는 겨울바다를 보면서 이런저런 마음을 내려놓아봅니다.

저 갈매기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저는 이 생이 다 끝나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사람으로 살아온 이 삶이 돌이켜보면 잘못한 것 투성이여서 되돌아보는 것도 부끄럽고 후회스럽기만 합니다.

살아가면서 알게 모르게 죄안짓고 사는 사람은 없다고 하지만...

내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어쩌면 이리도 잘못한 것 투성이인지 기억하고 싶지않은 순간들은

왜 그리도 많은 건지...

 

 

 

언젠가 남동생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더니 남동생이 그러더군요.

'누나 나무나 돌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 엄청난 공덕이 필요한거야...'

그 말도 맞지 싶습니다.

 

 

 

 

출항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온 배들이 편안하게 안식을 취하고 있네요.

저 배를 보니 어부의 아낙네들의 가슴졸이는 삶이 어렴풋이라도 짐작이 갑니다.

저 작은 배를 타고 먼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간 날 비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남편이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얼마나 마음이 안타까울까요.

 

사실 매일 승용차로 출근을 하는 남편도 위험상황에 처해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그치지않고 들려오는 교통사고 소식을 접할 때면 제 마음도 불안함으로 젖어드지요.

 

그래서 가급적이면 출근하는 남편한테는 최대한으로 좋은 모습으로 인사를 합니다.

 

 

 

안동과 울진을 거쳐서 이제는 백암온천으로 갑니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지만 갈 길이 멀기만 하니

얼른 온천물에 가볍게 인사만 했습니다 ㅎㅎㅎ

남편은 동해안 해안도로를 일주해서 강릉으로 올라가고 싶다는 계획을 세웠다네요.

 

 

 

다 큰 남매가 있으니 어지간하면 아이들에게 운전을 시켜도 좋으련만

아니면 차라리 저라도 운전교대를 하면 남편한테 조금 덜 미안하련만 꼼꼼한 남편은 우리들이 미더워서

운전대를 못맡기고 혼자서 장거리를 운전합니다.

에구~~~

 

 

돌이켜보니 그렇습니다.

아들녀석이나 딸아이나 남들 다하는 해외어학연수 한번 안보내고 키웠네요.

보내려고 마음먹었으면 보낼 수도 있었던 형편이었는데

늘 아기같고, 혼자 떼어놓는 것이 불안해서 여지껏 품안에 끼고서 키우니 사실 아이들이

다른집 아이들보다 자립심이 훨씬 약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지나가고

아이들이나 우리부부나 이번 여행의 추억들도 희미해지겠지만

사회로의 출발을 하면 우리부부에게서 벗어날 품안의 자식들에게  오늘 우리와 함께 했었던 시간들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를 바래봅니다.

 

 

흐르는 물처럼 덧없는 것이 세월이라고 하지만

정말이지 지나간 세월들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짧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아파서 가슴 저렸던 기억과, 아이의 학업문제로 아이와 전쟁을 치루던 시간들...

그런 부모로서의 안타까웠던 마음을

유행가 가사처럼 내 아이들도 부모가 되어봐야 알 수 있을겁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과의 여행보다는 친구들이 더 소중한 아들녀석은 여행길 내내 뒷자석에서

친구와의 약속을 미루느라 어쩔줄을 모릅니다.

 

엄마의 키보다 훌쩍 더 키가 커진 아이들은 이미 부모의 손길에서 벗어나 버렸습니다.

하지만 자기네들이 필요할 때는 매번 도움을 청하면서도 의무감이 필요할 적에는

다 큰 성인이라도 된양 모든지 알아서 한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헐~

 

 

 

 

짧았지만 소중했던 여행을 마치고 대관령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강릉에서 내리던 봄비는 하얀 함박눈으로 변하여 산과 들을 휘덮어 버립니다.

 

이 풍경 또한 제 가슴에는 잊혀지지않는 아름다운 추억속의 사진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내 아이들과의 이 소중했던 시간들은 다시 돌아올 수도 영원할 수도 없겠지만

마음이 외로울 때면 이 시간들을 기억할 겁니다.

 

 

 저 들판에 쌓였던 하얀눈들도 봄바람이 불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듯이

언젠가는 우리네 인생도 흔적없이 사라질 날들이 오겠지요.

미약한 내 존재는 세상 어느 곳에 이름 한 자 남기지 못하고 잊혀지겠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내 옆에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습니다.

순간순간을 마지막이라 생각하면서 소중하게 사랑하고 아끼렵니다.

모두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