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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상사】/▷ 자유로운글

구정연휴를 맞이하면서 내리는 저 봄비

구정연휴를 맞이하면서 내리는 저 봄비

 

 

생각해보세요.

어린 시절 설날이 오기를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그 시절에는, 지금 아이들처럼 때맞춰서 풍족하게 용돈을 받던 시절이 아니여서

새배돈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설날은 일년 중 최고로 즐거운 날이었습니다^^

 

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쳐놓고 하루하루 설날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던 시간들은

 기다림자체로도 늘 행복이었습니다.

 

 

일기예보에서 어제저녁부터 비가 내린다는 예보는 들었습니다.

겨울비가 내려봤자 얼마나 내리겠냐 했는데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리네요.

온종일 비가 내리니 사무실 전화기도 조용합니다.

내일 모레부터 구정연휴이니까 슬슬 음식준비도 시작해야 하는데 마음만 심난하고

저는 여전히 사무실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루종일 쉬지않고 내리는 저 비를 바라보니  괜스레 어릴 때 생각이 납니다.

딸 넷에 아들 하나인 딸부자집 둘째 딸인 저는 위로 언니와 바로 아래 남동생 그리고

그 아래로 여동생이 둘이었습니다.

 

그 때는 형제가 많아서 설빔을 전부 받지는 못했던 적도  종종 있었던거 같아요.

넉넉하지못했던 가정형편 때문인지 설날이 오면 엄마는 언니 옷과 남동생 옷을 설빔으로 사주셨지요.

남동생 밑의 여동생은 저와 나이차이가 많으니까 제 옷을 물려받지못하니 설빔을 얻어입고

막내동생은 또 막내라고 설빔을 사주시면서 저는 늘 언니옷을 물려받았던거 같아요 ㅠ

 

 

제 기억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을겁니다.

가끔씩 제 설빔도 하나씩은 사주셨겠지요.

하지만 기억은 언제나 강력한 것만 남는가봅니다.

설빔을 못얻어입었던 서글픈 생각만 머리속에 남아있네요.

 

 

엄마는 늘 제게 그러셨습니다.

우리 둘째는 참 착하다~~

저는 그 착하다는 칭찬에 속아서 늘 양보를 하면서 살았던거 같아요.

 

ㅎㅎㅎ

엄마의 기억 속에는 제가 양보만 하고 살아온 착한 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은 그렇답니다.

 

 

 

그렇게 불만많던 내 유년기는 지나고

각자 성인이 되서 자기일을 하다가 그리곤 베필을 만나서 모두 결혼을 하고...

제게 늘 헌옷을 물려주던 언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언제나 언니의 헌옷을 입더라도 언니가 아직도 우리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설날이 다가옵니다.

설날이 다가오니 떠나간 언니가 그립고 언니한테 모든 것을 뺏긴다는 불만때문에

언니를 속으로 미워했던 날들도 가슴이 아프네요.

 

어느 하늘 위에서 별이 되어 반짝거리면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을 우리 언니

내리는 빗물소리를 들으며 제 마음이 빗물처럼 젖어듭니다.

보고싶네요 우리 언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