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한가운데 서서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무들에 하나 둘씩 단풍이 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초록의 잎사귀보다는 노란 단풍이 더 많아지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어쩐일인지 올 해는 작년보다는 무더위를 덜 느끼고 수월하게 여름을 보낸 것 같습니다.
한여름의 뙤약볕이 매서운 걸 호되게 격었어야 선선해지는 가을이 반가울텐데
왠지 더위를 덜 느끼고 계절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한가하게 사무실에서 보낸
시간들이 더 많았다는 반증이겠지요.
이미 떠난 여름을 생각하며
내년 여름에는 더 야무지게 지내봐야지 하는 각오를 해봅니다.
하지만 거리에 떨어지는 낙엽을 보니 이유모를 상실감이 가슴 한구석을
스쳐갑니다.
낙엽을 보면 왜 쓸쓸함이 앞서는지 모르겠어요.
한여름 뙤약볕을 이겨내고 저리도 탐스러운 붉은 색으로 물이 들은 고운 붉은고추는
개선장군처럼 자랑스러운 몸짓으로 시원한 가을 바람에 한가로이 몸을 말리고 있는데...
별다른 수확없이 무심히 거리에 떨어져 나뒹구는 내 각오들의 허망한 아우성
난 지난 여름에 무엇을 위해 시간들을 보냈고
이 돌아온 가을에 무엇을 수확할 수 있는지...
서산으로 너머가는 석양이 서글픕니다.
나를 버리고 무심히 떠나는 시간들이 야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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